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을 처음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외국인 탐험가, 선교사, 학자 등에 의해서였으나, 근래에는 그 방법론과 축적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내 학자에게 이어져 한국식물의 전모가 밝혀지고 있다. 그 동안 여러 종류의 식물도감들이 많은 저자들에 의해 발간되었으나 그 대부분이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어서 식물학적 연구서로는 미흡한 실정이었다. 또한 모두 한국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한국식물도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에 실려 있는 모든 식물류의 학명을 영어로 밝혀 주었고, 체계적인 식물 분류법을 적용함으로써 한국의 야생식물을 연구하는데 지침이 되도록 구성하였다.

「한국의 야생식물」은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양치식물류와 종자식물류에 속하는 2,000여 종과 초·중·고등학교까지의 교과 과정에서 다룬 일부 재배식물을 추가하였다. 백두산, 설악산, 지리산, 제주도와 울릉도, 남해의 여러 섬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걸쳐 저자가 직접 수 차례 답사하여 촬영한 사진을 실었다.

식물 동호인들의 도움과 여러 대학의 식물분류학 교수들로부터 식물을 식별하고 구별하는 데 필요한 최신 연구 결과를 제공받아 국내외 분포군을 함께 언급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의 우리나라 식물에 대한 위상을 알리는 데 역점을 두었다.

모든 식물종은 예외없이 사진으로 뒷받침하였다.
편집의 어려움이나 지면에 구애받지 않는 한
추가 또는 보완되는 사진을 게재하여 독자의 편익에 부합하도록 하였다.
수목류의 경우에 특히 강조하였다.

학술적으로 주목받는 식물군이나 일반 애호가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식물 약 250 이상의 속 (屬)들에 대해서 식물도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검색표 (檢索表)를 수록하여 가능하면 설명을 읽기 전에 검색표만으로도 식물을 식별할 수 있게 하였다. 이것은 우리나라 식물도감으로서는 하나의 실험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 게재한 모든 과의 식물들에 대하여 그 출전(出典)을 명시하였고,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난해한 학술 용어는 풍부한 해설과 도해집(圖解集)을 함께 실어줌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또한 식물종의 분포는 우리나라에 한정하지 않고 바이칼 이동(以東)의 시베리아, 캄차카 연안, 아무르, 우수리 지방, 중국, 일본 열도 등 유라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지리·분포학적 관련 속에서 한국식물의 위상이나 관련성을 기술하였다.

20세기 후반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식물종의 구명에 적용하기 시작한 분자생물학, 유전학, 고분자 물질의 해석, DNA 염기 배열 해명 등 다양한 학제적인 연구 결과를 광범위하게 반영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새로운 견해에 따라 많은 식물에 적용되었던 학명이나 분류학적 위치가 변경된 경우, 이명화(異名化)된 학명이나 학문의 영역에서 벗어난 것도 신학명(nomen novae)과 함께 다룸으로써 전문가의 연구에 편의를 제공하였다.

검색표나 설명문에서 부득이하게 사용한 학술용어는 사전식으로 배열·해설하고 도해(圖解)하여 서로 연계함으로써 찾아보기 쉽게 하였다. 나무인 경우에는 되도록 복수의 사진을 실어주었고, 계절적 변화에 따른 잎, 열매 등의 형태·생태적인 변화 또는 나무껍질의 모양 등에 의해서도 식물종을 동정(同定)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학명 영역에서 벗어난 식물명에 대해서는 가설적인 어원을 제시하여 논의나 비판적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검토의 장을 구성하였고, 나아가서는 민속식물학(ethanobotany)이란 한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려는 데도 많은 노력을 하였다.